
초대형 LNG 운반선/제공=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3분기 영업이익을 1년 전보다 37% 늘리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회사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발주에 이어 내년에도 예년을 웃도는 신조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HD한국조선해양은 28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신조 시장은 올해보다 줄더라도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견조한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발주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내년에는 다소 줄겠지만, 높은 수준의 발주는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내년 발주량이 30%가량 줄어든 1억2500만~1억3000만GT에 그칠 것으로 보지만, 김 전무는 "그 역시 예년 기록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근거로는 해상 물류 차질을 들었다. 호르무즈 해협과 수에즈·파나마 운하 통항 제한으로 운항 거리가 늘었고, 선사들은 신조 투자 여력을 넉넉히 쌓아뒀다는 분석이다. 김 전무는 "중동 전쟁이 끝나더라도 지금의 공급망 붕괴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 조선 계열사는 올해 3분기 누적 176척을 수주해 이미 연간 목표 물량을 초과 달성했다. 특히 초대형 LPG 운반선(VLGC)은 45척을 따내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왔다. VLGC 운임이 손익분기점(하루 3만~4만달러)을 크게 웃도는 하루 24만~25만달러까지 치솟자 선주들의 관심이 LPG선으로 옮겨간 영향이다.
중국 조선소의 LNG운반선 추격에 대해서는 경쟁력을 자신했다. 중국 조선소는 올해 LNG선 32척을 따냈는데, 김 전무는 선가 차이와 함께 상당수가 중국 화주와 연관된 프로젝트라는 점을 짚었다. 말레이시아 선사 MISC가 중국 후둥중화조선에 10척을 맡긴 것도 모회사 페트로나스의 물량 상당 부분이 중국 화주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선주들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미국산 LNG 등 어디든 제약 없이 투입할 수 있는 범용성 있는 LNG선을 원한다"며 "선박 생애주기 측면에서 한국 조선소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가 하락에 대해서는 바닥론을 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LNG선가는 이 이상 더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주들도 지금을 바닥으로 보고 물밑에서 한국 조선소와 협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LNG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만큼, 내년에는 LNG선 발주도 정상적으로 재개될 것이란 기대다.
수주 시점별 매출 구성(빈티지)도 우호적이다. 선가가 크게 오른 뒤 따낸 2024년 이후 계약분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3분기 매출 기준 HD현대삼호는 2023년 수주분 28%, 2024년 48%, 2025년 24%였다. HD현대중공업 대형선은 2022년 4%, 2023년 45%, 2024년 31%, 2025년 20%, 중형선은 2023년 9.6%, 2024년 65%, 2025년 25%로 집계됐다.
엔진 사업은 육상 발전용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이번 분기 육상 발전 엔진 매출 114억원을 처음 공개했다. 손원식 엔진기계사업부 상무는 “2029년까지는 계획한 생산능력 대비 물량이 다 찼다”고 말했다. 손 상무는 최근 하이퍼스케일러(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직접 협의를 요청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박 엔진도 호조다. 엔진기계 부문 영업이익은 판가 상승과 이중연료(D/F) 엔진 비중 확대로 1년 전보다 19.3% 늘어난 2901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영업이익률이 사상 최고인 28.5%까지 올랐다.
중장기 성장 동력인 미국 시장 진출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미국 키윗과 세운 합작 조선소는 미 해군과 해사청(MARAD)의 군수지원함을 우선 겨냥한다. 초도 물량 2척은 한국에서 짓고, 그사이 현지 설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정화현 HD현대중공업 상무는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지 않고는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와 출자 주체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정 상무는 한화필리조선소에 관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언급하며 "미국 현지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고 했다. WSJ는 이달 한화필리조선소가 인수 전 계약한 컨테이너선 3척 외에는 외부 수주가 없고, 인수 이후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고 보도했다. HD현대는 미 행정부·해군과 확보 가능한 물량을 협의한 뒤 연말까지 투자 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민경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