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 용산 사옥 팝업스토어 / 제공=하이브
하이브가 방탄소년단(BTS) 등 IP를 활용한 MD(머치)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단순한 굿즈 판매를 넘어 팬덤 소비를 지속적인 매출로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브(352820)의 올 3분기 매출액은 1조5257억원, 영업이익은 188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기존의 분기 최대 실적은 방탄소년단 투어가 본격 개시된 올 2분기(매출액 1조4500억원, 영업이익 1709억원)였으나 한 분기 만에 기록을 다시 썼다.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성과가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MD·라이선싱 부문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해당 부문은 334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 또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MD는 최근 엔터사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다. 하이브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회사의 MD·라이선싱 매출액은 5705억7100만원으로, 2023년 3255억6300만원, 2024년 4202억2900만원에 이어 꾸준히 상승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15%에서 2024년 18.6%, 2025년 21.5%로 꾸준히 확대되며 주요 매출 축으로 자리 잡았다.
MD의 강점은 음반·음원이나 공연처럼 아티스트가 직접 활동에 나서지 않아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응원봉 등 공연 관람에 필요한 상품에서 벗어나 의류와 생활용품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품목으로 상품군이 다변화하면서 팬덤의 소비 접점도 넓어졌다. 아티스트 IP를 다양한 형태의 상품으로 구현해 음반과 공연 외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하이브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MD 사업의 운영 방식 자체를 고도화했다. 일반적으로 투어 초기에 MD 판매가 집중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연 초기뿐 아니라 투어 전반에 걸쳐 소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지화 상품 전략이다. 하이브는 해외 시장에서 추가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현지 트렌드에 맞춘 익스클루시브 및 로컬라이즈 상품군을 도입했다. 투어가 열리는 권역별 팬덤의 선호도를 반영해 지역마다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획일적인 상품을 여러 지역에서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팬덤의 취향을 반영함으로써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공급과 판매 과정도 손봤다. 생산 라인을 다변화해 상품 공급의 안정성을 높인 동시에, 위버스샵에서 상품을 사전 구매한 뒤 지정된 장소에서 수령하는 '위버스 픽업' 서비스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팬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 같은 전략은 방탄소년단 북미 투어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하이브에 따르면 북미 투어가 열린 12개 도시의 MD 판매 현장을 찾은 팬은 100만명에 달했다. 판매된 상품은 약 200만개로 집계됐으며, 북미 MD 매출만 1070억원을 기록했다. 지역별 상품 기획과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판매 방식이 대규모 팬덤의 매출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MD 제작 및 판매 밸류체인을 현지화하면서 판관비(배송비, 수수료 등)가 구조적으로 절감됐다"며 중장기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 요인으로 짚었다.
하이브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을 방탄소년단의 남은 투어 일정은 물론 다른 소속 아티스트에게도 적용할 계획이다. 특정 아티스트의 대형 투어에 국한하지 않고 MD 사업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추가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 채널을 상시화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하이브는 지난 3월 방탄소년단 컴백에 맞춰 용산 사옥 1층 로비 일부를 개조해 팝업스토어를 조성했다. 현재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 발매 일정에 맞춰 콘셉트를 바꾸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정 아티스트의 컴백이나 투어 기간에 한정된 일회성 팝업과 달리, 사옥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아티스트별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판매 거점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이브의 MD 사업은 아티스트 IP를 상품으로 구현하는 단계를 넘어 상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팬덤의 구매력을 어느 정도의 매출로 연결하느냐가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운데, 앞으로 운영 효율을 높이고 이익 기여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